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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과 도시, 같은 제로웨이스트여도 시작점이 다르다

📑 목차

    농촌,도시 환경 차이를 반영한 지역 맞춤형 제로웨이스트 교육 전략

    학교와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제로웨이스트 교육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너무 쉽게 한 가지 모델을 모든 지역에 복사해서 붙이려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러나 농촌과 도시는 쓰레기가 생기는 방식도 다르고, 자원을 쓰는 패턴도 다르고, 문제를 느끼는 지점도 다르다. 농촌에서는 사람의 수보다 논과 밭과 축사와 비닐하우스가 더 눈에 많이 들어오고, 비닐 멀칭과 농약비료 포장재와 폐비닐과 폐농약병이 중요한 쓰레기 문제가 된다. 도시는 편의점과 배달 오토바이와 택배 상자가 생활을 둘러싸고 있고, 일회용 컵과 포장재와 플라스틱과 패스트패션이 일상의 기본값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과 도시 학생에게 똑같은 예시와 실천 목록만 들이밀면, 교육은 금방 공허해진다. 학생은 "우리 동네 현실과 너무 다르다"라고 느끼고, 제로웨이이스트는 시험에 나오는 단어일 뿐 생활과는 분리된 개념으로 남는다. 이 글에서는 농촌과 도시의 환경,사회,생활 조건 차이를 먼저 짚어 보고, 그 차이를 반영해 학교와 지역이 어떻게 맞춤형 제로웨이스트 교육 전략을 설계할 수 있을지 정리해 본다. 목표는 "모두에게 똑같이 하자"가 아니라, "각 지역이 자기 현실에서 출발하도록 돕자"에 있다.

    농촌과 도시, 같은 제로웨이스트여도 시작점이 다르다

    농촌과 도시의 환경 조건 차이를 이해하기

    농촌에서 쓰레기가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장면

    농촌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종종 “농촌은 원래 자연이니 쓰레기가 적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농촌 환경 전문가들은 농촌이 도시와는 다른 유형의 쓰레기 문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한다. 농촌에서는 학생과 주민이 비닐하우스와 멀칭용 비닐, 농약과 비료 포장재, 사료 포대, 폐비닐 등 농업 생산과 직접 연결된 쓰레기를 거의 매일 목격한다. 마을 주변 하천과 논둑에는 바람에 날려온 비닐 조각과 스티로폼 부표가 자주 눈에 띄고, 농번기에는 농자재 포장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학교 주변에는 분리배출장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도 많고, 수거 시스템이 도시만큼 세밀하게 설계되지 않은 곳도 있다. 학생은 자라면서 “농사를 짓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쓰레기”라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이 출발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도시식 일회용컵 이야기만 하면, 교육은 표면을 스치고 지나간다.

    도시에서 쓰레기가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장면

    도시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학생의 생활반경에는 편의점과 카페와 학원가가 촘촘하게 자리 잡고 있고, 스마트폰 속 배달앱과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어 있다. 도시 학생은 컵과 빨대, 배달 음식 포장, 택배 박스, 옷과 신발 포장 박스, 생활용품 포장재를 통해 쓰레기를 마주한다. 쓰레기는 대부분 집 앞에 내놓는 검은 봉투 속으로 곧장 사라지기 때문에,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생각할 기회는 많지 않다. 대신 생활 공간과 좁은 거리 안에 많은 사람이 몰려 살기 때문에, 조금만 분리배출이 잘못되어도 악취와 미관 문제가 금방 드러난다. 도시 학생은 “사람이 많으니 쓰레기가 많은 건 어쩔 수 없다”라는 체념과 “그래도 우리 동네가 더럽게 보이는 건 싫다”라는 감정이 동시에 흔들린다. 교육은 이 모순된 감정을 건드려야 의미를 가진다.

    인프라와 이동성, 정보 접근의 차이

    농촌과 도시의 또 다른 큰 차이는 인프라와 이동성이다. 도시에는 재활용 선별장과 자원순환센터, 제로웨이스트 상점과 리필숍, 환경 관련 시민단체 사무실과 전시 공간이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학생은 대중교통이나 도보로도 이런 공간에 접근할 수 있다. 반대로 농촌에서는 이런 시설이 시·군 중심부에 모여 있고, 학교에서 접근하려면 차량이 필수인 경우가 많다. 정보 접근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 도시 학생은 SNS와 각종 캠페인, 팝업 스토어와 친환경 브랜드 노출이 잦기 때문에 제로웨이스트라는 말을 더 자주 접하지만, 농촌 학생은 환경담론보다 당장 농사와 일손, 지역 소멸 같은 이슈를 먼저 듣게 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지역 맞춤형 교육 전략은 “무엇을 가르칠지”만이 아니라 “어디에서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농촌 맞춤형 제로웨이스트 교육 전략

    농업 생산 현장을 ‘문제의 현장’이 아니라 ‘배움의 교실’로

    농촌 학교는 제로웨이스트 교육에서 오히려 도시가 부러워할 만큼 강력한 자원을 갖고 있다. 바로 논과 밭과 비닐하우스, 축사와 창고가 가까이에 있다는 점이다. 교사는 농촌 학생에게 환경문제를 설명할 때 멀리 플라스틱 섬 사진만 보여줄 필요가 없다. 교사는 마을 농가와 협력해 학생과 함께 밭 주변과 농로, 하천 가장자리를 돌아보며 실제로 농업 폐기물이 어디에 어떻게 쌓이는지 직접 보게 할 수 있다. 학생은 멀칭 비닐이 걷히지 않고 남아 있는 자리, 폐비닐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자리, 비닐과 농약 용기가 태워진 흔적을 눈으로 확인한다. 이때 교사는 “농촌이 나쁘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농사를 지으면서 어떤 방식으로 자원을 쓰고 버려 왔는지”를 함께 묻는 태도로 설명해야 한다. 이런 접근은 농사를 ‘환경을 파괴하는 업종’으로 낙인찍는 대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진화해야 할 중요한 생업’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농자재와 농업 폐기물 중심 실천 과제 설계

    농촌 맞춤형 제로웨이스트 교육에서는 농자재와 농업 폐기물을 중심으로 실천 과제를 설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학생은 마을 어르신과 함께 비닐하우스와 밭에서 사용되는 비닐과 포장재, 끈과 테이프의 종류를 조사하고, 어떤 자재가 회수와 재활용이 상대적으로 쉬운지, 어떤 자재가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지 분류해 볼 수 있다. 일부 지자체와 농협에서는 이미 농업용 폐비닐 수거와 보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학교는 이를 교육 내용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 학생은 “왜 어떤 어르신은 수거장에 잘 갖다 주고, 어떤 어르신은 여전히 태우는 것일까”를 인터뷰를 통해 듣고, 현실적인 어려움과 대안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런 활동은 단순히 “버리지 말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농사의 수고를 줄이면서도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라는 공동 문제를 설정하게 한다.

    로컬 식재료와 먹거리 교육을 결합한 제로웨이스트

    농촌 학교는 급식과 교육과정을 통해 로컬푸드와 제로웨이스트를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다. 영양교사와 담임교사는 지역 농산물로 구성된 급식을 제공하면서, 도시와 비교해 포장과 운송, 보관 과정에서 쓰레기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아이와 함께 따져볼 수 있다. 학생은 “우리 학교 급식에 들어오는 상추와 배추, 쌀이 어디서 왔는지”를 직접 조사하고, 같은 품목을 대형마트에서 사는 상황과 비교해 포장재와 이동 거리, 탄소배출을 계산해 보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농촌 학생은 “우리가 사는 이곳이 단순히 불편한 시골이 아니라, 도시보다 앞서 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먹거리 모델”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동시에 학생은 로컬푸드를 소비하는 것이 농가의 소득과 마을의 지속 가능성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배우며, 제로웨이스트를 단순 환경운동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연결된 선택으로 이해한다.

    마을 공동체 기반 실천, ‘함께 하는 정리’의 힘

    농촌에서는 개인 실천보다 마을 단위 실천이 효과적일 때가 많다. 학교는 새학기나 방학 전후에 마을회관과 협력해 “마을 제로웨이스트 정리의 날” 같은 행사를 기획할 수 있다. 학생과 주민은 함께 논두렁과 하천변, 빈집 주변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농업 폐기물과 생활 쓰레기를 분류하며 마을의 쓰레기 지도를 만들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가 어른의 실수를 비난하는 위치에 서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교사와 마을 리더는 “예전에는 이런 문제를 잘 몰랐고, 지금은 같이 고쳐 보려 한다”라는 메시지를 반복해 전해야 한다. 학생은 “우리 마을 어른들은 환경에 무관심하다”가 아니라 “우리 마을은 같이 배우고 바뀌려 한다”라는 기억을 갖게 된다. 이 기억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가더라도 자신의 뿌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자산이 된다.

    도시 맞춤형 제로웨이스트 교육 전략

    생활 쓰레기와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데이터 기반 교육

    도시 학교에서는 학생의 일상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교육이 중요하다. 교사는 학생에게 일주일 동안 자신이 배출한 쓰레기를 기록해 보게 할 수 있다. 학생은 편의점 간식 포장, 배달 음식 포장, 카페 일회용컵, 택배 박스, 포장 비닐, 옷과 문구류 포장 등을 사진과 메모로 남긴다. 그런 다음 반별로 데이터를 모아 어떤 종류의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왔는지, 어디에서 주로 발생하는지, 어떤 소비를 줄이면 쓰레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 수 있을지 함께 분석한다. 이런 활동은 도시 학생에게 “나는 쓰레기를 거의 안 버리는데요”라는 착각을 깨고, 눈에 보이지 않는 소비의 흔적을 수치와 그래프로 보여준다. 동시에 교사는 이 데이터를 수학·사회·과학 시간과 연계해, 비율과 그래프, 도시 인프라와 연소·매립의 과학까지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다.

    편의점·카페·배달앱을 대상으로 한 실천 과제 설계

    도시 제로웨이스트 교육에서는 학생의 생활에서 빼기 어려운 플랫폼과 상권을 정면으로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는 학생과 함께 “편의점과 카페와 배달앱을 완전히 끊자는 메시지” 대신 “이 이용 방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과제를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은 배달앱을 이용할 때 수저와 젓가락, 나무젓가락을 받지 않는 것을 기본 선택으로 두고, 한 달 동안 얼마나 많은 일회용품을 줄였는지 계산해 볼 수 있다. 카페에서는 텀블러를 지참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쓰레기 양과 비용, 할인 혜택을 비교해 보고, 편의점에서는 과대포장 간식을 줄이고 대용량 제품을 나누어 먹는 방식으로 바꾸는 시도도 해 볼 수 있다. 도시 환경교육 전문가는 이런 “현실 조정형 실천 과제”가 학생에게 무리한 금욕보다 지속 가능한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낸다고 설명한다.

    아파트와 골목, 상가를 연결하는 동네 프로젝트

    도시 학교는 제로웨이스트 교육을 학교 담장을 넘어 아파트 단지와 골목, 상가와 연결할 수 있다. 학생은 자신의 집이 속한 아파트단지나 빌라, 골목의 쓰레기 배출·분리배출 시스템을 조사하고, 문제점을 발견해 개선안을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은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무단 투기가 많은 이유를 경비원과 주민에게 인터뷰하고, 분리배출 안내문을 학생 버전으로 다시 만들어 게시해 볼 수 있다. 학급은 골목 상점과 협력해 “텀블러 환영”, “일회용 봉투 사용 줄이기” 같은 작은 협약을 맺고, 그 결과를 기록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은 학생에게 도시 쓰레기 문제를 행정만의 일도, 개인만의 일도 아닌 “동네 전체의 과제”로 느끼게 해준다.

    도시 특성을 활용한 디지털·SNS 기반 교육

    도시는 디지털 인프라와 SNS 이용률이 높다는 장점을 가진다. 학교는 이를 이용해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기록·공유하는 온라인 프로젝트를 설계할 수 있다. 학생은 한 달 동안 자신의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사진과 짧은 글로 기록해 반 온라인 게시판이나 학교 플랫폼에 올리고, 서로 댓글로 응원과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다. 청소년은 해시태그를 활용해 “우리 학교 제로웨이스트 챌린지”를 운영할 수 있다. 다만 교사와 학교는 이 과정에서 과도한 노출과 비교, 보여주기식 실천이 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교사는 “완벽한 인증”보다 “실패와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 되도록 방향을 잡아 줄 필요가 있다. 이런 디지털 기반 교육은 도시 학생에게 “환경 실천은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요즘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라는 인식을 준다.

    공통 전략과 농촌·도시 간 상호 학습 구조 만들기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지고 서로를 배우게 하기

    농촌과 도시의 맞춤형 전략을 설계했다면, 다음 단계는 두 지역이 서로 배우게 하는 것이다. 교육학자들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또래의 경험을 듣는 것이 아이의 시야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학교와 교육청은 농촌 학교와 도시 학교를 자매결연이나 공동 프로젝트 형태로 엮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농촌 학생은 로컬푸드 급식과 농업 현장에서의 제로웨이스트 실천 경험을 도시 친구에게 온라인으로 소개하고, 도시 학생은 편의점·카페·배달앱과 싸우는(?) 생활형 제로웨이스트 노하우를 농촌 친구와 나눌 수 있다. 복수의 학교가 같은 주제로 쓰레기 조사와 실천을 한 뒤, 결과와 느낀 점을 교류하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상호 학습은 “우리 지역이 더 낫다”는 우열 경쟁이 아니라 “각자의 조건에서 다르게 싸우고 있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연대 감각을 키운다.

    공동 프로젝트로 농촌과 도시를 한 번에 바라보기

    조금 더 나아가서, 농촌과 도시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설계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밥상에서 만나는 농촌과 도시의 제로웨이스트”를 주제로, 농촌 학생은 생산과 유통, 도시 학생은 소비와 폐기 과정을 조사한다. 두 집단은 온라인 회의를 통해 자료를 공유하고, 한 그릇의 밥이 논에서 식탁까지 오는 동안 어떤 자원과 쓰레기가 발생하는지 공동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 이런 프로젝트는 농촌과 도시를 분리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연결된 위치로 바라보게 만든다. 학생은 “농촌이 없으면 도시의 편의도 없다”는 단순한 논리를 넘어, 생산과 소비를 모두 바꾸어야 진짜 제로웨이스트에 가까워진다는 통합적 시각을 갖게 된다.

    교사와 지역이 가져야 할 현실적인 태도

    완벽한 모델보다 ‘우리 지역 다음 한 걸음’을 찾기

    농촌과 도시 맞춤형 제로웨이스트 교육 전략을 이야기하다 보면, 교사와 행정은 자주 “이 모든 것을 언제 다 하느냐”라는 압박을 느낀다. 현실에서는 시간도 예산도 인력도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교사와 지역은 완벽한 모델을 한 번에 만들려 하기보다 “올해 우리 지역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갈 수 있는 지점이 무엇인지”를 먼저 묻는 것이 좋다. 농촌 학교는 농업 폐기물 조사와 마을 청소, 로컬푸드와 쓰레기 줄이기 수업 중 한 가지에서 시작할 수 있고, 도시 학교는 편의점·카페·배달앱 중 한 영역에 초점을 맞춘 실천과제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한 걸음을 명확히 기록하고, 학생과 함께 “왜 이걸 했는지, 무엇이 달라졌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더해 보고 싶은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제로웨이스트 교육은 단발성 캠페인이 아니라 지역이 조금씩 기준을 바꾸어 가는 과정이 된다.

    지역 현실을 존중하면서도 ‘조금 불편한 질문’을 유지하기

    지역 맞춤형 전략이 “지역 현실을 이유로 변화를 미루는 구실”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중요하다. 농촌에서는 종종 “농사는 원래 이렇게 하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도시에선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이 쉽게 나온다. 교사와 교육자는 이 말을 존중하되, 거기서 대화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교사는 “맞다,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래도 우리는 무엇부터 바꿔 볼 수 있을까”, “지금은 안 되더라도 5년 뒤에는 어떤 모습을 목표로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조금 불편한 질문”이 바로 교육의 역할이다. 학생은 지역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면서도, 그 현실에 완전히 흡수되지 않고 바꾸려는 시선을 유지하게 된다.

    제로웨이스트 교육은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시작점이 다르지만, 방향은 하나다

    농촌과 도시의 환경 차이를 반영한 맞춤형 제로웨이스트 교육 전략은, 결국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 주려는 시도이다. 너는 어디서 살든, 무엇을 보며 자라든, 쓰레기와 자원을 어떻게 대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농촌 학생에게 교육은 논과 밭, 농약병과 비닐하우스를 다른 눈으로 보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장면에서 “이걸 조금 덜 해도 되는 방법이 있을까”를 묻게 만드는 과정이다. 도시 학생에게 교육은 편의점과 카페, 배달앱과 택배 상자를 다시 보게 만드는 과정이다. “다들 이렇게 쓰는데 뭐 어때”라는 말 대신 “이 중에서 나는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다르게 이용해 볼 수 있을까”를 스스로 묻는 습관을 심어주는 과정이다.

    교사와 학교와 지자체와 마을은 이 질문을 아이에게 강요할 수 없다. 대신 어른은 각 지역의 현실에서 출발해, 아이가 스스로 보고 듣고 조사하고 토론하고 실천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해 볼 수 있는 장면을 만들어 줄 수 있다. 그 장면 속에서 농촌과 도시 학생은 서로 다른 풍경을 살지만, 같은 방향으로 조금씩 몸을 돌리게 된다. “조금 덜 버리고, 조금 덜 사치하고, 조금 더 함께 책임지자”는 방향이다.

    오늘 농촌 학교가 마을 농가와 함께 폐비닐 수거를 배우고, 도시 학교가 아파트 분리수거장을 다시 설계해 보는 수업을 했다면, 이미 지역 맞춤형 제로웨이스트 교육은 시작된 것이다. 그 시작이 기록으로 남고, 다음 해에는 다른 한 걸음이 더해지면, 농촌과 도시의 풍경은 겉으로는 다르지만 속으로는 같은 변화를 쌓아 갈 것이다. 언젠가 이 아이들이 자라서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살게 되었을 때, 아이는 자신이 어디에 있든 쓰레기를 대하는 태도만큼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 태도가 바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기둥이다.